송파아코디언 동호회 “바람의 노래를 들어보세요”

2012년 7월 20일에 [뉴스후 탐방] 코너에 저희 송파아코디언동호회가 소개 되었습니다.

2014-05-09 00;03;15

바람통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음색, 그 멋에 빠지다

아코디언은 바람의 소리다. 주름을 접었다 폈다 하면서 바람을 넣어, 리드를 진동시켜 소리를 낸다. 소리는 건반이나 버튼으로 조작한다. 건반은 멜로디로, 버튼은 반주로 사용된다. 멜로디와 반주가 다 가능하기 때문에 1인 오케스트라의 역할도 해낼 수 있다. 물론 합주도 가능하고, 연주를 하며 노래도 부를 수 있다. 악기를 배울 때 가장 어려운 것이 소리를 내는 것인데 아코디언은 이미 소리가 만들어져 있어 쉽게 친해질 수 있다. 악보를 볼 줄 몰라도 연주가 가능하며 초등학교 4학년 정도면 수월하게 배울 수 있다. 양손을 다 쓰는 악기이기 때문에 두뇌개발과 치매예방에도 효과가 좋아 중, 장년층에서 배우는 인구가 급속히 늘고 있는 악기다. 


모두가 공감하는 음색, 하지만 혼자서도 작은 오케스트라처럼 art_1342744281art_1342744281

art_1342744545서울 송파구 오금동 송파경찰서 뒤쪽 길에 위치한 ‘송파 아코디언 동호회(원장 이혜자)’의 연습실을 찾았다. 아코디언이라는 악기가 주는 선입견 때문인지 ‘백만 송이 장미’의 선율이 어느 때보다 애잔하게 들린다. 그래서 아코디언 하면 거리의 악사, 흘러간 옛 노래가 먼저 생각난다.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아코디언은 한국전쟁을 겪고 춥고 배고팠던 시절 거리에서, 악극단에서 우리네 심금을 울리던 악기라 그런지 친근하지만 격이 낮은 악기란 선입견이 또한 있다.

AFKN에서 카네기홀에서 열린 전자 아코디언연주회를 우연히 봤는데 그때부터 그 소리에 매료되어 아코디언을 배우게 되었다는 이혜자 원장은 만나자 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아코디언 이야기 보따리 풀어 놓는다.art_1342744281art_1342744281

“6년 전 아코디언을 처음 배울 그때는 연주하는 사람은 많아도 제대로 가르치는 곳은 없어요. 강사로 시작,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남들보다 무지 열심히 했지요. 3년 째 되는 해부터 본격적으로 레슨을 시작해 지금의 동호회를 이끌고 있어요.”

“진짜 아코디언의 매력은 피아노나 기타 등의 악기들이 다 연주자를 향해 있지만 아코디언은 보는 사람을 향해있어요. 또 아코디언이라는 악기의 특징 중 하나가 바람통(벨로즈)인데 그 강약에 따라 끊어질 듯 이어지는 그 음색이 기가 막혀요.” 아코디언 자랑을 쉴새 없이 풀어놓는다.

바람통이 있는 악기는 오르간도 있고 백파이프도 있지만, 오르간과 백파이프는 바람통에 바람을 모았다가 한쪽 방향으로만 소리를 낼 때 사용하지만 아코디언은 왼팔로 바람통을 열었다 닫았다 조절하여 양쪽방향으로 소리를 낸다. 따라서 바람을 세기에 따라 강하게 여리게 낼 수 있어 똑같은 곡이라도 씩씩한 행진곡이 될 수도 있고 애절하고 서정적인 노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아코디언의 이 벨로징(Bellowsing)이란 것이 사람의 애간장을 녹인다.”며 그게 아코디언의 매력 중에 매력이라고.

이원장은 “유럽 사람들은 어려서는 아코디언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다가 평생 친구처럼 아코디언과 함께 성장하고 늙어간다.”며 “무게감은 있지만 언제 어디서나 곁에 두고 함께할 수 있어 악기로 대접받는다. 그래서 아코디언은 대충 쳐서는 안 되는 악기다.”라고 덧붙인다.

“기초과정이 지나고 나면 배우는 것을 조금씩 어려워하시기도 합니다. 피아노나 기타처럼 눈으로 보고 치는 악기가 아니라 감각으로 연주해야 하고, 섬세한 악기라 조금만 잘못 쳐도 소리가 달라지기 때문이지요. 연습도 많이 해야 합니다. 하지만 고비를 넘으면 새로운 세상이 열립니다.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성취감, 사람에게 받지 못하는 위로와 음악이 주는 기쁨, 그 모든 것들을 아코디언을 통해 얻을 수 있어요.”

아코디언이 악극단 무대에서 꼭 등장했던 까닭은 대부분의 악기들이 멜로디와 리듬악기로 구분되는데 반해, 아코디언은 멜로디의 건반과 리듬의 베이스가 함께 있어 동시에 연주할 수 있기 때문. 아코디언 하나로 웬만한 밴드 분위기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역설적으로 가난한 악극단의 분위기 메이커로 애용됐고 딴따라 악기라는 오해 아닌 오해를 받고 있지만 송파아코디언동호회 회원들에게 ‘아코디언’은 최고의 친구이자 삶의 활력소다.

송파아코디언동회는 김옥규 회장을 비롯 남녀 50 여명이 회원의 전부다. 이들은 처음 아코디언을 배운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들이 ‘색소폰 트럼펫 기타 등 배울 곳 많고 동호회 많은 대중적인 악기를 놔두고 웬 아코디언?’이란 시선이 대부분이었다고. 하지만 어느 순간 가슴에 박힌 아코디언에 대한 잔영이 오래도록 그들을 붙잡았단다.

“교사생활 할 때 우연히 아코디언동호회원들이 연주하는 것을 들었어요. 그때 그 감동이 오래가더군요. 그러다 퇴직 후 인터넷으로 아코디언을 접하다 용기를 내 배울만한 곳을 찾다 이혜자 원장님을 만났지요.” 김 회장은 아코디언 하나로 백 가지 천 가지 사람처럼 세밀한 감정표현을 할 수 있는 악기는 없다고 말한다.

자영업을 하는 강문봉 회원은 교회 미션스쿨에서 중창단을 만들어 지도하던 중 반주와 멜로디를 함께 할 수 있는 아코디언이란 악기에 매력을 느꼈다고. “아이들에게 아코디언을 지도하는데 아코디언을 제대로 배운 교사가 없었어요. 악극단에서 어깨 너머로 재주만 배우다 보니 연주는 할 줄 아는데 가르칠 수는 없더란 말입니다. 그래 내가 제대로 배워 가르쳐야 되겠다, 하고 배운 게 내가 더 빠져버렸어요.(웃음)”

이들 회원들이 ‘아코디언 구세주’라고 부르는 김병만 회원은 “아코디언은 원래 정통 유럽 클래식 악기예요. 아코디언이 어르신들의 정서를 울리는 친근한 악기로 사랑 받는 것도 좋지만 ‘아코디언=트로트’라는 인식은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도 제대로 자리를 잡아야 할 것 같아요.” 피아노를 전공한 이호정 회원은 음악이론을 바탕으로 아코디언을 체계적으로 공부해 EBS에서 수차례 아코디언 클래식 연주를 펼친 실력자다. 나이는 젊지만 그 덕분에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아코디언 연주자이자 지도자로 성장해 가고 있다.

이제 아코디언을 배운 지 3개월 됐다는 임영숙 회원은 “오르간이나 백파이프와는 또 다른 섬세한 희노애락을 잘 표현하는 사람의 향기가 느껴지는 악기”라고 자랑한다. 임영숙 회원은 이호정 회원과 더불어 드문(?) 여자회원 중 한 분이다.

 임영숙 회원은 피아노 교사. 아이들에게 피아노 외에 악기를 가르쳐야 되겠다 싶던 차에 연주회에서 이혜자 원장님의 연주를 들었다고. “저도 아코디언이 예전 정서에 치우치는 것이 안타까워요. 아이들에게 맞는 꼬마아코디언은 피아노와 달리 언제든 갖고 다니면서 작은 오케스트라를 연출할 수 있는 악기예요. 이렇게 일선교육현장에서 아코디언을 가르치다 보면 아마 아코디언의 음악세계도 차츰 정립되리라 생각해요.” 이문세 콘서트에서 초청가수 하림이 직접 아코디언을 연주하면서 노래해 감동의 무대를 만들었다는 임씨는 우리가 무심코 넘긴 CM송, 영화음악 속에 아코디언 연주가 많지만 그것이 아코디언 소리라는 것을 알아채는 사람은 드물단다.

아코디언을 배우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모두가 공감하는 것은 바로 그 소리다. 애잔하거나 밝거나, 대부분 그 소리에 반해 시작한다. 정재화 회원은 “어릴 적 장터나 서커스단에서 듣던 아코디언 소리가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날 때가 있다.”며 “낭만과 추억의 소리에 이끌려 아코디언을 배우게 됐다.”한다. 7년째 아코디언을 배우고 있는 김복산 회원의 아코디언 예찬도 들어보자.

“아침 출근 전에 10분씩은 아코디언을 꼭 연주하고 갑니다. 집중해서 연주를 하다보면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고 여유가 생기지요. 하루 종일 귓가에 맴도는 아코디언 소리 덕분에 머리가 맑아지고 일상이 편안합니다. 정신건강에 정말 좋은 악기 같아요.”

아코디언은 가슴에 안고 연주를 해야 한다. 리드가 떨리며 나는 소리는 마음에 금방 전해진다. 내 감정을 들어내기도 쉬운 악기다. 억눌린 감정을 표출하면서 스트레스와 우울증에서 벗어난 사람도 있단다.

박종찬 회원은 “나이가 들수록 마음이 메말라 가는데 아코디언을 연주하다 보면 감정이 풍부해진다.” 며 “아코디언은 추억과 함께 감성을 자극해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매력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신동훈 회원도 아코디언은 남성들에게 더 좋은 악기라고 거든다.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동안은 나이 먹는 것도 잊고, 세상만사 시름을 모두 잊고 몰두하게 됩니다. 스트레스까지 씻어주지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중년 남성들이 배우면 좋을 것 같아요.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배울 수 있거든요.”

지역사회에 연주로 재능을 나누는 회원들

어깨에 메고 주름을 펴고 접을 때마다 울려 나오는 아코디언의 소리는 웅장하면서도 경쾌하고 때론 흥겨움과 가벼움 등 다양한 느낌을 전해준다. 하지만 60~70대 시니어들이 양손을 움직이며 연주하기에는 어려울 수도 있을 터.

“처음에는 뭐든지 어렵지요. 그런데 자꾸만 배우다보면 하나씩 하나씩 소리가 달라지거든. 화음과 어울려 풍성하게 나오는 소리의 매력에 자꾸만 빠져들어 배우게 되는 거예요. 그래도 짧게 배워서는 아무래도 어렵지. 뭐든 인내를 가지고 길게 해야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거잖아요.”(박성준)

“떨림판(리드)이 많을수록 좀더 풍성한 소리가 나와요. 그래서 더 비싸기도 하고요. 이태리나 독일제가 제일 알아주는 악기죠.” 웬만큼 소리가 좋은 아코디언의 경우 600만원에서 천만 원 선. 경제적 여유가 있는 시니어들이 아코디언을 접하고 연주하는 비율이 높은 까닭이다.

악기 장만으로도 호사(?)스런 취미라 여겨질 수 있지만 회원들은 10년 이상 쌓은 연주 실력과 재능을 이웃과도 나누고 있다. 지역의 병원이나 복지관, 경로당, 교도소 등지를 다니며 흘러간 옛 가요부터 뽕짝, 가곡 등 다양한 연주로 음악 선물을 선사하고 있는 것.

“경로당의 노인들은 옛 가요들을 좋아하고 조금 젊은 사람들은 발라드, 가곡도 좋아해요. 아코디언으로 클래식도 연주할 수 있다는 건 아마 모를 거예요. 우리가 들려주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어디서나 환대해 주니 그게 우리를 기쁘게 해서 자꾸만 더 다니게 되는 거예요.”(신동훈)

손풍금 같은 정겨운 소리에 어디든 메고 이동할 수 있어 회원들은 날씨가 좋은 날이면 공원으로, 야외로 아코디언 소리를 전파하고 있다.

“앞으로 실력을 조금 더 보강해서 성남아트센터에서 정식으로 공연을 하고 싶어요. 그것이 지금 우리들이 이루고 싶은 가장 큰 열망입니다.”(이종대)

아코디언, 시니어에게 최상의 취미 활동

악기를 배우려는 후배들에게 선배로써 해줄 조언을 묻자, 하나같이 지금 당장 시작하라고 권하는 회원들.

“정신적 육체적으로 취미 활동으로 삼기에 참 좋아요. 되도록 일찍 시작하면 머리가 굳지 않아 쉽게 배우겠지만 언제 시작해도 좋은 악기예요.”(길희석) “노인들이 하기에는 이만한 악기가 없지요. 양손을 다 움직여야 하니 치매에 좋고 눈으로 건반을 보고 하는 게 아니라 건반 자리를 모두 익혀서 연주하니 뇌가 한시도 쉴 새가 없어요. 풍성한 음악을 연주하고 들으며 회원들끼리 친목도 도모하니 완전 따봉입니다. 허허

짧은 인터뷰에 어느 새 아코디언 소리에 중독된 것일까? 벌써 CM송에 아코디언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으니! 아코디언의 마법에 걸리고 싶은 사람을 위해 오금 아코디언 동호회는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

▶ 송파아코디언동호회 수업 안내

초급자를 위한 기초반과 중급자를 위한 취미반, 고급반, 개인교습반으로 진행한다.

송파경찰서 뒤쪽 길 부영빌딩 4층.  문의 010-6337-7189  송파아코디언동호회다음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