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들이 마라톤 경기라면, 올해 봄은 실력이 비슷한 주자들이 참가한 100m 달리기 경주 같습니다. 봄기운이 한꺼번에 폭발해 모든 꽃들이 별 시간 차 없이 거의 동시에 결승선을 통과하며 꽃봉오리를 터뜨리기 때문입니다. 도심은 특히 더 그렇습니다. 초목의 연둣빛 새싹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의 정신도 얼떨떨할 정도인 가운데 유난히 찬란한 봄날이 오고 순식간에 가고 말 것입니다. 회색 도시들도 금방 꽃나무들이 꽃잎을 피었다 떨구어버리고 연둣빛 새싹을 다투어 솟아올리는 4월이 다가 오고 있습니다. 그 속도가 빨라 잠시만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그 변화를 감지할 수 있을 듯합니다. 요즘 야외로 가면 이런 초목들이 뿜어내는 봄기운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이런 봄기운을 음악으로 표현하면 어떻게 될까요.
이런 4월의 중순(18일 토요일), 봄 기운과 봄 햇살이 만연할 3시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아코디언 대향연이 시작됩니다.
봄기운에 취하는 낮 상태여서 아코디언연주회의 모든 음악이 산천의 초목들이 뿜어내는, 약동하는 봄기운의 리듬으로 다가오리라 생각됩니다. 아코디언소리는 봄날과 잘 어울리는 음색이 될 것입니다. 음색은 연두색 드레스도 봄기운을 그대로 몰고 온 듯 할 것이고, 그 맑고 높은 음색 또한 한꺼번에 용솟음치는 올해 봄날의 기운을 닮아 있을 듯합니다.
아코디언도 클래식과 잘 어울려, 잘은 모르지만 이 봄날 연주회에서는 자연의 봄기운 덕분에 연주회를 더욱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중국 춘추시대 인물인 종자기(鍾子期)는 백아(伯牙)가 거문고를 연주할 때 흐르는 강물이나 높은 산을 생각하면 바로 그것을 알아차렸다고 합니다. ‘지음(知音)’이라는 말이 유래한 고사(故事)입니다. 인간이 자연과 지음 관계가 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입니다.